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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차 천등사 봉정사
108산사 조회수:807
2013-02-12 11:45:29
열차타고 떠난 첫 순례, 삼복더위도 무색케 한 수행열기


# 6시 30분, 청량리역 분홍색 조끼차림에 회색 가방을 짊어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지하철을 타고 온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에서부터 어머니 손을 꼭 잡은 초등학생까지 다양하다. 청량리역 앞은 순식간 분홍물결로 넘실거린다. 특히, 역전에서 좌판을 벌인 사람, 슈퍼마켓 주인들은 ‘이른 새벽에 무슨일인가’라는 표정이다.

# 11시, 안동역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하던 안동역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빨간제복을 차려입은 군악대가 개찰구 근처에 자리한다. 열차를 타러 나온 사람들도 삼삼오오 몰려든다. 열차가 플랫폼에 도착하는 순간 군악대의 힘찬 연주가 시작된다. 잠시 후 분홍색 조끼차림의 수많은 인파가 동시에 열차에서 내려 빠져나온다. 안동역을 빠져나온 분홍색 차림의 사람들은 역전에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싣는다.


지난달 26일, 27일, 29일 3일 동안 청량리역과 안동역은 평소에는 보기 드문 장관이 펼쳐졌다. 역무원까지도 놀란 표정이다. 선묵 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가 안동 봉정사에 진행된 이번 제 11차 순례길은 처음으로 열차를 이용했다. 하루에 두 차례 1천5백 여 명씩 3일간 약 4천 여 명의 회원들이 열차를 타고 순례길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108산사순례기도회는 한 번에 수천명의 불자가 함께 움직이는 신행의 새 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이번 봉정사 순례는 ‘최대 인원의 열차 성지순례길’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에 창건된 고찰. 순례단은 3일 동안 만세루, 극락전, 화엄강당, 무량해회 등 전각과 처마밑까지 빈자리 없이 빼곡히 채웠다. 삼복 더위 속에서도 회원들은 대웅전 앞마당에도 서슴없이 자리를 폈다. 자리를 정돈한 신도들은 곧 지도법사스님의 목탁소리에 맞춰 <천수경>을 시작으로 기도를 시작했다. 봉정사 곳곳에 자리한 회원들이 동시에 대웅전을 향해 108배를 올리는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법회에서 봉정사 주지 자현 스님은 “4월 초파일 말고는 봉정사 창건 1,300년 역사에 최대 인파가 오신 것 같다”며 순례단을 환영했다. ‘…108산사’는 전국의 주요 사찰을 골라 혜자 스님이 직접 쓴 시와 사찰의 내력을 담은 책으로 산사 순례 법회의 교과서로 쓰인다. 신도들이 봉정사 편에 실린 시(詩)를 한 목소리로 읽고, 마치 경을 읽듯이 108산사 이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염송하는 것도 108산사순례기도회만의 특징이다.

법회가 끝난 뒤에는 신도들마다 ‘108산사’ 중 해당 페이지의 여백에 순례의 감상이나 발원을 적고 낙관을 받았다. 회주 선묵 혜자스님은 극락전 앞에서 봉정사 이름이 새겨진 염주를 한 알씩 환경컵에 나누어 주었다. 구리시에서 왔다는 주부 김복순씨(44)는 “108산사 순례는 부처님을 찾아가는 소풍길”이라며 “평소 가보기 어려운 절들을 찾아갈 때마다 염주 한 알씩 꿰어가는 일은 감동 그 자체”라고 말했다.

순례단은 3개월 전 환경운동을 위해 내소사에서 ‘108순례 기도회 환경지킴이’ 발대식을 가졌다. 그런데 이번 법회에서는 또 다른 환경운동이 시작됐다. 그것은 바로 1회용 종이컵 안쓰기 운동. 회주 선묵 혜자스님은 그 대신으로 사용할 ‘환경컵’을 나눠줬다. 또한 108산사순례기도회원들은 이날 아프카니스탄에 봉사활동 갔다가 탈레반 무장세력에 피랍된 한국인들의 무사귀한을 위한 기도도 잊지 않았다.

안동 봉정사 일주문에 도착할 때 군장병들의 간식거리를 제공한 회원들은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일주문 앞마당에 마련된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시장을 봤다. 이날 장터에는 양반쌀을 비롯해 안동 마, 풍산김치, 안동간고등어, 단호박, 고춧가루, 고추장 등 안동의 특산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