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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차 천축산 불영사
108산사 조회수:869
2013-02-13 11:45:54
불영계곡 환하게 밝힌 무박(無泊)의 성지순례길


넌센스 퀴즈를 낼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역은 어디일까요?”라는 질문이 있다. 정답은 서울역이다. 왜냐하면 기차를 타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서울에 올라간다.”고 말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역인 서울역을 뒤덮은 한밤 중에 등장한 분홍색 조끼 물결은 주변상점 주인들이나 열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 대합실에 대기 중인 사람들을 놀래키기에 충분했다.

태풍 ‘모라꼿’의 영향으로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불기 2553(2009)년 8월 6일, 7일, 8일 3일 간 서울역은 진달래꽃 색깔로 물결을 이루었다.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이 밤 10시 특별 야간열차를 타고 기도와 발원을 하며 처음으로 무박(無泊) 열차순례를 하기 위해 모였기 때문이다. 모든 만물이 고요한 새벽 2시 영주역도 시끌벅적했다. 영주역에서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달려 새벽 4시 경북 울진 불영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사방은 어둠이 가득했고 하늘에는 장마 영향 때문인지 별이 한 점도 보이지 않았다.

꼬리를 물고 도착한 버스들은 순식간에 주차장을 가득 메웠고, 버스에서 내린 수천 명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은 ‘석가모니불’을 염송하며 천축산 불영사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불영사에 도착한 회원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각자 초를 꺼내 불을 밝히자 칠흑같이 어둠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바람에도 꺼지지 않은 빈자일등(貧者一燈)이 되었다. 촛불을 들고 경내를 도는 회원들의 긴 행렬은 마치 하늘에서 수많은 별이 떨어져 은하수를 이룬듯 반짝였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정근 소리는 적막을 두드리면서 서서히 산사의 새벽을 깨웠고, 깊은 잠에 빠져있던 뭇 생명들도 부스스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렇게 울진 천축산 불영사의 기축년 8월초 한여름 3일은 먼 길 마다않고 달려온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의 기도 소리로 시작되었다.

‘선묵 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가 무박(無泊)으로 열차순례를 하고 새벽 예불과 법회를 봉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갈하다 못해 깨끗하고 청결한 부처님의 형상이 함께한다’는 불영사 대웅전 앞마당에 회원들은 자리를 잡고 일심기도를 시작했다.
『천수경』독송을 시작으로 ‘나를 찾는 108참회’가 시작됐다. 땀은 비 오듯이 흐르지만 불영사를 감싸 안은 금강송 향기를 맡으며 간절히 두 손 모으고 속진의 번뇌를 말끔히 씻기 위해 발원 또 발원했다.

불영사 주지 일운스님은 “불교의 큰 뜻은 세상을 구하고 중생을 구제하는 데 있다. 특히 중생을 구제한다는 것은 생사고해에 빠져있는 중생들을 건져 생사가 없는 곳으로 건널 수 있게 배에 태워주는 것이다”며 “이런 면에서 선묵 혜자스님은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을 욕심 가득한 이 사바세계에서 108번뇌가 소진된 열반의 저 언덕으로 인도하는 108산사순례호(?)의 선장”이라며 108산사순례기도회의 역할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불영사 순례법회에서도 다문화 가정 108인연 맺기와 108효행상 시상식, 군 장병 초코파이 전달식은 어김없이 진행됐다. 울진군에 거주하는 베트남 국적의 쯔엉티 미티엔, 마이지린, 딘티흐언 등 3명이 친정부모 역할을 해 줄 후견인 멘토로 108산사순례기도회회원과 인연을 맺었고, 20여 년 동안 눈이 보이지 않는 시아버지를 극진히 모시고 있는 김미화 씨를 비롯해 황옥순·황순옥 씨가 108효행상을 받았다.
한편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은 불영사 순례법회를 마치고 ‘2009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행사장을 방문, 친환경농업에 대한 이해와 우리 농산물 애용을 위한 직거래장터에서 지역 농·특산물을 구입했다. 이를 위해 울진군 관내농협과 울진군청은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행사장에 직거래 장터를 개설했다.

시골이 고향인 사람들이나 젊은 시절 기차 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은 야간열차의 매력과 추억에 젖었을 무박의 야간열차 성지순례. 졸린 눈을 부릅뜨고, 차장으로 스쳐 지나가는 흐린 불빛을 바라보며 ‘꼭 성공하겠다’고 혼잣말로 다짐했던 야간열차 여행.

이젠 가정의 행복과 자녀들의 성공, 그리고 모든 이들의 건강 발원,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주인공이 된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 이번 천축산 불영사 성지순례는 한국불교 성지순례 문화의 또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다. 촛불을 밝히고 처음으로 봉행된 천축산 불영사에서의 새벽기도 또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발원의 순간이었고, 힘들고 어려운 성지순례길 이었지만 추억과 환희가 함께하는 뜻 깊은 기도 순례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