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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차 만수산 무량사
108산사 조회수:820
2013-02-13 11:46:07
“행복도 불행도 모두 내 마음에 달려 있어요”


새벽 6시 30분 서울을 비롯해 각지에서 떠난 버스가 충남 부여군 와사면 만수리에 닿았다. 버스에서 내린 순례객들은 배낭을 둘러매고 만수산 무량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길은 초록잎들이 넘실대며 가을을 속삭였고, 부처님 가피로 충만한 기운이 주변을 둘러싸 마음의 고요와 평화가 느껴졌다. 무량사는 탁 트인 경내 마당이 시원했고, 천년고찰에 걸맞게 단청이 벗겨진 극락전·명부전 등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멋스러움을 더했다.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 간 진행된 마흔아홉번째 무량사 순례법회는 『천수경』 봉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법회가 시작되었다. 드넓은 극락전 앞마당을 중심으로 사찰 곳곳에 회원들이 자리를 잡고 기도에 들어갔다. 뜨거운 가을햇살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회원들은 명상, 석가모니불 정근, 나를 찾는 108참회의 절, 사경으로 이어진 기도를 통해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순례기도에 이어 봉행된 법회에서 무량사 주지 석전 스님은 “무량사는 조선시대를 통틀어 최고의 천재이자 지성인인 김시습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한적하고 고요한 이곳에서 이웃과 세상을 위하는 기도로 새로운 신행문화를 일으키고 있는 여러분들이 기도를 통해 진정한 깨우침을 얻어가길 바랍니다.”며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어 회주 선묵 혜자스님은 설법을 통해 “행복도 불행도 모두 내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아무리 남편 때문에 화가 나고, 자식 때문에 화가 나도 그들이 있어 내가 이렇게 기도하러 올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돼요. 화가 나면 염불을 하세요. 그리고 광명진언 사경을 하면서 내 마음 속에 일어나는 화를 다스리십시오.”라며 생활 속에서도 기도의 원력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어 스님은 대상포진으로 두 달간 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던 경험에 비추어 약사여래보시금(가칭)을 만들 계획을 알렸다. 스님은 “내가 아파 보니 환자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됐어요. 여러 보살님들이 많은 걱정을 해주어 지금 이렇게 회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고자 이번 4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약사여래보시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스님은 “여러분들의 보시금이 좋은 데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북한 수해민 돕기에도 1천만원을 보시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33년 간 교직 생활을 하고 올 8월 명예퇴직을 한 한현숙 씨는 이번 순례가 두 번째다. 한 씨는 “올 2월에 회원으로 등록했지만 직장 때문에 나오지 못하다가 지난달부터 다니게 됐어요. 남편이 사업을 하니 사업 무사평안을 빌었고 가족들 건강을 빌었죠. 아직은 배우는 단계라 기도가 뭔지 잘 모르지만 앞으로 회원님들과 함께 순례에 다니며 많은 걸 배우고 싶어요.”라며 “또 제가 한 작은 보시금이 이웃도 돕고 군장병들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뿌듯해요.”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3년째 순례에 참여하고 있는 조화순 씨는 “처음에는 아들 취업 때문에 순례에 참여하게 됐어요. 기도를 하다 보니 아들도 자기 일을 찾았고 또 가족들도 모두 화목하고 좋아져서 너무 기뻐요. 이웃을 위한 기도와 봉사는 아직 어렵지만 그래도 하다보면 제 마음도 기도의 원력도 더욱 더 넓어질 수 있을 거라 믿어요.”라며 “또한 청주에 사는 형님을 여기 올 때마다 보게 되는데 멀리 떨어진 친지들도 볼 수 있으니 순례에 참여하는 일이 무엇보다 기뻐요.”라고 말했다.

디스크 수술 등으로 늘 아픈 몸을 원망했던 김미자 씨는 기도를 통해 자신을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고. 김 씨는 “지금도 허리에 복대를 해야 하고 오른쪽 다리도 안 좋지만 시간이 되면 늘 순례에 참여하려고 노력해요. 빡빡한 서울에 있다가 이렇게 확 트인 사찰에 와서 기도하고 나면 내 마음도 몸도 모두 가벼워지는 걸 느껴요.”라며 기도하는 기쁨을 전했다.

108산사순례기도회는 결혼이민여성농업인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친정어머니 결연을 맺는 다문화 가정 108인연 맺기도 시행하고 있다. 이번 무량사순례법회에서는 지난 2008년 중국에서 시집 온 진시엔규 씨와 이정혜 회원, 올해 시집온 판시에메이 씨와 정난영 회원이 친정어머니 인연을 맺으며 그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는데 멘토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문혜영(외산초 6학년), 전준철(미산중 2학년), 박광식(청양대 1학년) 학생에게 선묵108장학금을 지급하고 김채은(외산중 1학년) 학생에게 효행상을 시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기도를 마치고 무량사가 새겨진 염주를 받고,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배·사과·도토리묵·밤·청국장 등을 구입하며 농촌사랑 이웃사랑을 실천한 회원들은 각자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이렇게 108산사순례기도회의 마흔아홉번째의 순례가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