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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차 비슬산 용연사
108산사 조회수:912
2013-02-13 11:46:21
한파 무색하게 뜨거운 신심으로 순례


대구 달성군 비슬산 용연사 순례를 떠나던 첫 날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한파가 불어 닥쳤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만 보아도 을씨년스러울 정도. 게다가 비슬산 계곡을 따라 부는 칼바람은 곧바로 온몸으로 파고들어 심신은 움츠러들게 했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동참한 회원들은 밝은 표정들이다. 그저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108산사순례의 길을 꿋꿋이 가겠다는 회원들의 강한 의지와 신심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매월 전국 산사를 순례하는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의 변함없는 모습이다.

선묵 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가 예순 세 번째로 찾은 곳은 우리나라 8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대구 비슬산 용연사. 이 사찰은 신라시대 이성 선사와 보양 선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후 조선 세종 원년에 해운 천일 선사가 중창했다고 한다. 이후 현종 14년인 1673년에 사리탑인 석가여래부도탑을 조성하게 되는데, 이는 사헌부 지평 남곡 권해가 쓴 ‘사바교주석가여래부도비명’에 전해지고 있다.

신라 지장율사가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통도사에 모셔와 두 개의 함에 각각 2과씩 모셨다. 이후 임진왜란을 당해 사리탑을 파손하기에 이르자 사명대사는 이를 금강산으로 다시 옮겼다가 사명대사의 제자 청진선사가 그 일부를 용연사로 모시게 된다. 그래서 용연사 유적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꼽는 것이 진신사리가 모셔진 보물 539호인 금강계단이다.

이 금강계단은 전체적으로 구조가 섬세하고 조각기법이 예리하다. 특히 17세기 초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당시 석조건축과 조각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는 통도사 금강계단과 금산사 계단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인 계단형 사리탑이다. 이렇게 유서 깊은 용연사 순례에 동참한 회원들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기도에 들어갔다. 매서운 찬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은 『천수경』독경-명상-나를 찾아가는 108참회의 절-광명진언 사경 등 일심으로 기도를 올렸다. 3일 간 매일 수천명이 올리는 기도 열기는 영하의 날씨가 무색할 만큼 뜨거웠다.

3년째 순례기도에 참여하고 있다는 최옥수 회원은 “기도를 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기도의 시작은 자녀들과 친정 등 개인적 문제로 시작되었지만 결국 내가 밝아지고 수행하는 기쁨을 알게 됐죠. 또한 전국의 고찰을 둘러보면서 우리 문화재를 보는 기쁨과 그 속에 담긴 선사들의 법향도 조금이나마 알게 됐어요. 으리으리하고 대단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도 정겨운 문화재들이 사찰 곳곳에 있다는 것이 그저 뿌듯하기만 합니다.”라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아내와 함께 순례에 동참하고 있다는 한 회원은 “젊은 시절 아내와 함께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때 제가 약속을 한 게 있어요. 나이 들면 반드시 손잡고 전국 산사를 순례하자고요. 그런데 그걸 계속 미루고 있다가 어느 날 108산사순례기도회가 시작된다는 걸 알았죠. 이거다 싶었죠. 그리고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아내와 함께 순례를 하고 있어요. 그저 명승고찰을 이렇게 참배할 수 있다는 사실만해도 너무 고맙고 좋습니다.”라며 행복한 마음을 전했다.

회주 선묵 혜자스님은 “올해의 마지막 순례지가 이곳 용연사입니다. 올해가 가면 또 내년이 오고, 내년은 또 그렇게 바람처럼 보이지 않는 시간으로 사라져 가겠지요. 여러분! 자신의 욕심과 씨름하며 한 자락 욕심을 버리면 살만한 세상이 되기도 합니다. 조금만 가슴을 열면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은 신묘년을 보내면서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으며 작은 소망을 담아 살아갑시다.”라고 법문했다.

이렇게 기도가 끝나고 순례법회가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용연사 회주 허운스님은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에 많은 대중들을 인솔해주신 선묵 혜자스님과 용연사를 방문해 준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우면 따뜻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이것이 열심히 살게 되는 원동력입니다. 이게 발심입니다. 이렇게 먼 길까지 오신 큰마음으로 기도하고 정진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을 격려했다.

‘인연을 소중히 하는 불가의 실천행’ 일환으로 매달 순례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문화가정108인연맺기 행사에서는 양도순 회원과 원지영(베트남) 씨, 이태자 회원과 김지은(베트남) 씨가 각각 모녀의 인연을 맺었다. 또한 선묵108효행상은 김종순(달성구 월성동)씨, 약사여래108보시금에는 한윤돌(달성군 화원읍) 씨, 선묵108장학금은 김미화(현풍고3)·박현우(반송초6)·조영현(금포중6) 학생에게 각각 주어졌다.

12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 간 매서운 추위를 뚫고 여법하게 모든 기도를 마친 회원들은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금강계단 앞에서 회주 선묵 혜자스님으로부터 ‘용연사’가 새겨진 염주알을 정성스레 받고 다음 순례지 남양주 운악산 봉선사에서 만날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