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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차 성덕산 관음사
108산사 조회수:1016
2013-02-28 11:46:35
세진 씻으며 원통전 복원 주춧돌 놓아

선묵혜자 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 제 77차 순례법회가 지난 2월 21부터 23일까지 전라남도 곡성군 성덕산 관음사에서 여법하게 펼쳐졌다.

계사년 늦겨울, 하늘은 티 없이 맑았고 날씨는 포근했다. 산사를 찾은 회원들을 마중하는 듯 숲길에는 지난겨울의 추위를 이겨낸 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아뿔싸!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도심에서 볼 수 없었던 그 봄이 어느새 남도의 끝자락에 당도해 있었던 것이다. 산사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가에 들어온 곳은 금랑각(錦浪閣)이었다. 그 아래로 흐르는 비단결 같은 물소리가 마치 관음(觀音)처럼 귓가에 들렸다. 그 순간, 찌든 세속의 마음들이 모두 씻겨나가는 듯 했다.

회주 선묵혜자스님과 관음사 주지 대요스님을 따라 사천왕문을 지나 천천히 경내로 들어갔다. 뒤를 따르는 회원들의 석가모니불 염불소리가 성덕산을 아련하게 퍼졌다. 절 마당 안으로 들어서자, 6.25 전쟁 때 전소(全燒)되어 덩그러니 빈터로만 남겨진 원통보전이 있던 자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왔다.

지난 76차례의 순례길을 가면서 사리부처님을 항상 대웅전에 모셨지만, 이번 순례에는 모실 전각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원통보전이 소실된 빈터에 모셔야만 했다. 회원들은 이러한 현실 앞에 마음이 미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회주 선묵혜자스님은 순례법회에 들어가기 전, 천리(千里) 남도 길을 달려와 성덕산 관음사순례를 하루 빨리 오게 된 이유에 대해 간단한 법문을 했다.

“3개월여 전, 주지이신 대요스님께서 저를 만나러 서울 도선사에 오셔서 이렇게 간곡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관음사는 백제가 불교를 공인하기 전에 조성된 1,700여,년 된 천년고찰입니다. 그런데 6.25전쟁으로 인해 국보였던 원통보전이 전소되고 난 뒤, 퇴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 유서 깊은 사찰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부처님을 모실 원통보전 복원불사입니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복원불사의 불씨조차 지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108산사순례기도회가 와서 그 불씨를 지펴 주세요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 계사년 정월보름을 앞두고 일정을 앞당겨 오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이 점을 알아 원통보전 복원불사에 신심으로 동참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법문을 마치자, 회원들은 마음이 아팠는지 서로 서로 복원불사에 동참하자고 목소리를 모았다. 참으로 흐뭇한 광경이었다. 사실, 사찰에는 반드시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대웅보전이 있어야만 한다. 부처님을 모실 전각이 없다는 것은 곧 사찰의 존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이 유서 깊은 사찰에 대웅전이 없다는 것은 실로 가슴 아픈 일이었다.

법문을 마치자 회원들은 삼삼오오 자리를 잡았다. 스님의 염불소리에 맞춰 『천수경』 독송이 시작되고 끝나자 곧 이어 나를 찾는 입정시간을 가진 뒤 ‘나를 찾는 108참회기도’에 들어갔다. 목탁소리에 맞춰 낭랑하고 구슬픈 스님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회원들의 마음속을 파고든다. 어디선가 맑은 새소리가 들렸다. 세상의 찌든 번뇌를 모두 씻어 주는 청정(淸淨) 그대로의 맑은 소리였다. 그 속에 108산사순례기도회 보현행원들은 점점 동화되어 갔다.

‘괴로움은 욕망 때문에 생기고 욕망은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 때문에 생김을 명심하겠나이다. 나도 없고 나의 것도 없음을 알아 만사에 집착하지 않겠나이다. 진실한 나를 찾을 때까지 열심히 정진하겠나이다.’(나를 찾는 108참회기도문 10절-12절)

회원들은 한 구절 한 구절 간절하게 참회문을 읽으며, 마음속으로는 관음사 원통보전 복원불사의 서원도 함께 올렸다. 너른 절 마당 어디선가 공(空)한 바람이 불어 풍경과 대나무가지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마치 그 소리는 ‘그대들은 왜 지난 7년 동안 고행을 자처하며 그 먼 ’108산사순례 길을 다녀왔을까. 그대들은 진정알고 있는가?’라고 되묻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그 물음의 끝에서 묻어 나오는 간절한 답은 항상 참회의 눈물이다. 그 해답을 스스로 알고 있으나 욕망과 화냄, 어리석음의 삼독을 아직 내려놓지 못하고 있음으로 해서 그 참회의 눈물은 더욱 짙다.

관음사에는 심청의 이야기가 서려 있다. 바닷가도 아닌 사찰에 심청이의 이야기를 하면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르지만, 『성덕산관음사사적』에는 분명이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관음사는 이러한 신비를 품고 있었지만, 6.25 동란으로 인해 국보 273호 원통보전과 국보 214호 금동관음상을 잃는 아픔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기도를 마친 뒤 회주 선묵혜자스님은 다시 법문을 이어나갔다. “지난겨울은 참으로 추웠지요. 봄이 벌써 와 있는 듯 너무나 따뜻합니다. 도심에서 맡아 볼 수 없는 청정한 산사의 공기를 마시게 되니 정말 좋습니다. 오늘 기도를 마치시고 염주보시를 할 때, 시간을 내어 관음사 원통보전 복원불사의 주춧돌을 놓기 위해 기와불사와 함께 1년 등을 꼭 달아주십시오. 이 또한 108선행자비나눔이 아니겠습니까?”

기도가 끝난 뒤 회원들은 십시일반으로 많은 동참을 했다. 회원들의 동참이 관음사 복원불사의 주줏돌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것은 108산사순례를 통해 얻는 특별한 부처님의 가피가 될 것 같았다. 뒤이어 곡성 군수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선묵혜자 스님과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을 보니 정말 기쁩니다. 관음사 원통보전 복원불사는 관음사의 숙원인 동시에 저희 곡성군의 숙원이기도 합니다. 대요스님은 홀로 원통보전의 복원불사에 고군분투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복원불사에 동참하신다면 지역주민들과 저는 평생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이를 계기로 전국의 불자님들께도 선행의 참뜻이 널리 알려져 하루빨리 복원불사가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우리 108산사순례기도회는 마지막 날, 박건태 거사를 비롯 14분의 거사님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육법공양을 올렸다. 앞으로는 3개월에 한 번 정도는 거사육법공양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