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명

전국53기도도량

Home > etc > 전국53기도도량

게시글 검색
제82차 오봉산 청평사
108산사 조회수:1141
2013-07-31 11:46:40
선묵 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 제82차 순례가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춘천 오봉산 청평사에서 감로(甘露)의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여법하게 봉행됐다. 회원들은 지난 한달 간 세속의 찌든 일상들을 모두 지우고 시원한 비를 온몸으로 추적추적 맞으면서 새소리, 바람소리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산사의 아름다운 숲길을 올랐다. 빗속의 몰아지경이었다.

한참, 산길을 걷다가 보니 ‘공주와 상사뱀’이라는 조각물을 만났다. 옛날 중국 당태종의 공주를 사랑한 한 평민 청년이 있었다. 신분상의 차이로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한 청년은 상사병으로 죽었는데, 청년은 홀연히 한 마리 뱀으로 환생해 공주의 몸을 감아버렸다고 한다.

놀란 당태종은 의원들을 불러 갖가지 처방을 해보았지만 상사뱀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공주는 점점 야위어만 갔다. 신라의 영험 있는 사찰을 순례하며 기도를 드려보라는 권유에 공주가 우리나라 사찰을 순례하다 청평사에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청평사는 소양댐을 건너야만 하는 ‘섬 속의 절’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백치고개 위로 육로가 생겼다.

청평사 회전문 앞에서 주지 홍진스님과 대중이 회원들을 마중 나와 있었다. 회전문은 불교의 윤회사상에서 따 온 문으로서 천왕문 기능을 담당하기도 한다. 선묵 혜자스님과 회원들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황금향로와 네팔에서 모셔온 ‘평화의 불’을 앞세우고 경내로 들어섰다. 뒤를 따르는 회원들의 석가모니불 염불소리가 오봉산 자락과 소양호에 널리 퍼졌다.

회원들은 자리를 잡고 기도에 들어갔다. 스님의 염불소리에 맞춰 <천수경> 독송이 시작되고, 곧이어 안심법문과 나를 찾는 입정 시간을 가진 뒤 ‘108참회기도’에 들어갔다. 81차에 걸친 순례 동안 이렇게 많은 폭우가 쏟아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일렬로 마주한 전각들 아래로 긴 회랑들이 있어서 비를 피하고 기도를 할 수 있었다. 빗속에서 이루어지는 108참회기도는 더욱 감동이었다.

“나만이 최고라는 아만심으로 생활한 것을 참회하옵니다. 내가 무심코 한 말로 인해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한 잘못을 참회하옵니다. 남의 따뜻한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내 가치로만 판단한 잘못을 참회하옵니다.” 회원들의 기도소리와 빗소리, 스님의 구성진 염불소리는 아름다운 화음(和音)을 이루며 오봉산 능선을 타고 소양강 댐을 퍼져나갔다.

마지막 날, 우리 회원들은 버스에 몸을 싣고 화천 ‘평화의 댐’으로 향했다. 화천군이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세계평화 위령제’를 개최하는 날이어서 룸비니에서 이운해온 ‘평화의 불’을 분화하기 위해서였다. 평화의 댐으로 가는 도중에도 비는 더욱 세차게 몰아쳤다.

한국전쟁 당시, 평화의 댐에는 꽤 큰 발전소가 설치되어 있었다. 국군은 이곳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근처 제일 높은 고지인 백암산을 점령해야만 했다. 파로호와 백암산에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피아간 꽃다운 10만여 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정갑철 화천군수는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음악제를 준비하는 등 오랫동안 위령제를 구상하고 이날 준비를 마친 상태였지만 장마예보로 인해 위령제가 엉망이 될 것을 크게 염려하고 있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도 참석의 뜻을 밝히고 위령제를 지원하기 위해 도선사, 봉은사, 신흥사, 월정사, 홍법사 등 신도들과 청평사 주지 스님, 그리고 이날 108산사순례에 참석한 회원 2000여 명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평화의 불’을 모시고 화천댐에 도착하고 행사가 시작되려고 하자 쏟아지던 장대비가 뚝 그치고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화천 군수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맴돌았다. 그 미소에는 남다른 에피소드가 담겨져 있었다.

지난 10일 ‘평화의 불’을 기증하기 위해 행사 담당자와 재미있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담당자는 위령제가 열리는 당일 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군수님이 행여 위령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을 염려한 나머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그로부터 들었던 것이다. 나는 그 때 농담반 진담반 이런 말을 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평화의 불을 룸비니에서 이운해 오는 동안 단 한 번도 비가 온 적이 없었습니다. 비가 오면 불이 꺼질까봐 보름이나 넘게 불보살님이 가피를 주셨습니다.” 담당자는 희색이 만연했다. 그날 그는 군수님에게 이렇게 보고를 했다고 한다.

“군수님 위령제가 열리는 13일에는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지만 내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날 선묵스님이 ‘평화의 불’을 평화의 댐으로 가지고 오는데요. 스님의 말씀은 이상하게도 평화의 불이 가는 곳마다 단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았으며 지난 5월2일 임진각 평화누리 광장에서 불씨를 채화할 때도 아침부터 내린 비가 정작 행사가 시작될 때는 비가 그쳤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화천군수는 허허 웃으면서 “선묵스님께서 위령제가 무사히 진행될 것을 염려하신 나머지 우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하시는 말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기예보는 정확했다. 새벽부터 내린 비는 마치 물동이로 퍼붓는 것 같았다. 군수는 어떻게 위령제를 진행할 것인지 이만 저만 고민이 아니었다. 그런데 정말,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게 개였던 것이다.

화천군수는 “선묵스님이 ‘평화의 댐’을 세계평화의 상징으로 만들어가려는 시점에 ‘평화의 불’을 가지고 오신 덕분에 부처님이 가피를 내려주시는 것 같다”고 화답했다. 그날 참석한 분들은 이 희유한 현상에 대해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앞으로 화천군은 ‘전쟁으로 부터의 평화’ ‘종교로부터의 평화’ ‘인종 차별로 부터의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의 불을 품고 있는 ‘불종’을 인근에 설치할 예정이다.

비록 폭우 속에서 봉행된 청평사의 3일간의 순례였지만 참 많은 의미를 주었다. 끝으로 청평사 홍진스님이 북녘 동포돕기 공양미 40kg 27가마를 주셔서 여러모로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