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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차 상왕산 개심사
108산사 조회수:1001
2014-09-30 11:46:54
무덥던 여름이 지나가고 시나브로 가을의 초입(初入), 제 96차 108산사순례 법회(9월 11일-13일)가 충남 서산시 상왕산 개심사에서 여법하게 봉행되었다.108산사순례회원들은 9월 윤달로 인해 일찍 찾아온 추석 때문에 일정이 빠듯하고 많이 분주했을 텐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많은 인원들이 순례에 참석해서 매우 고마웠다.

버스가 주차장에 닿자 절로 오르는 입구에 절명이 새겨져 있는 두 개의 나지막한 돌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음을 여는 절’이란 뜻을 가진 절. 아늑한 숲길 사이에 구비 구비 곱게 다듬어 놓은 돌계단을 따라 한발 한발 내 딛자 마음이 그지없이 편안해지고 몸의 피로가 한순간 신선한 가을바람에 모두 실타래처럼 풀려나가는 것 같았다. 아마 무량하게 놓여진 돌계단과 아직 물들지 않은 나무들과 푸른 연못 때문이리라.

회원들과 함께 돌계단을 천천히 걸어서 올라갔다. 그 순간 한 보살이 물었다.

“스님. 개심사란 무슨 뜻이지요.”

“그것도 몰라 열 개[開], 마음 심 [心] 즉 마음을 여는 절이란 뜻이지.”

“마음을 여는 것이란 어떤 마음을 연다는 것인지요.”

뜬금없는 한 보살의 질문에 그 순간 말문이 막혔다. 당연하고 지당한 물음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래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를 생각했다. 지난 8년 동안 나와 우리 회원들은 비가오나 추우나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순례를 다녀왔다. 어쩌면 이는 번뇌의 문에 갇힌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함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살이나 나나, 우리들은 늘 번뇌의 문에 갇혀 마음을 잃어버리고 있지. 그 닫힌 마음의 문을 열라는 뜻이 아니겠어요.”

“역시 우리스님이야. 그렇군요. 개심사에서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보아야지”

그 순간 산길을 오르는 회원들의 얼굴에는 화안 미소가 퍼졌고 우리회원들의 발길은 더욱 빨라졌다.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 14년(654) 혜감국사에 의해 개원사(開元寺)로 창건되었다가 고려 충정왕 2년(1350)에 처능(處能)대사에 의해 중창된 뒤 그 이름을 바꾼 절이다. 현재 대웅전과 요사인 심검당, 안양루, 명부전 등은 천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찰로서 많은 여행객들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천년고찰에 우리 108산사순례회원들이 기도를 하러 온 것이다.

주지 동덕 스님과 함께 부처님 진신사리가 든 황금불상과 평화의 불을 모시고 절 마당에 들어섰다. 천수경을 하고 사경을 한자 한자 읽어 준 뒤 ‘안심법문’을 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안심법문은 회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오늘날 물질문명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힐링’이다. 우리가 한 달에 한 번씩 순례를 다니는 것도 번잡한 일상을 모두 내려놓고 마음치유를 위한 것임을 알았던 것이다.

회원들을 위해 순례의 목적을 더 알게 하고 ‘힐링’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이 좋을까을 깊이 생각하다가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안심법문’이었다. 눈을 감고 자연스럽게 손을 단전에 모은 뒤 숨을 들이쉬고 내 쉬고 다시 크게 들이쉬고 내 쉬는 것을 반복하면서 스님이 읊는 마음법문을 듣는 과정이다. 이 순간은 모든 생각을 끊고 마음을 텅 비우는 시간이기 때문에 ‘안심법문’을 듣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회원들도 많다. 이 안심법문을 마친 뒤 108참회기도에 들어갔다.

‘나만이 최고라는 아만심으로 생활한 것을 참회하옵니다. 내가 무심코 한 말로 인해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한 잘못을 참회하옵니다. 남의 따뜻한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내 가치로만 판단한 잘못을 참회하옵니다.’
나는 기도를 마친 뒤 법문을 했다.

“오늘 우리는 제 96차 순례지인 개심사에 왔습니다. ‘마음의 문을 열라’는 뜻인 이 절에 왔으니 번뇌와 탐진치에 닫힌 마음의 문을 여세요. 그리고 한자 한자 108참회문에 담긴 내용처럼 하나하나 참회하세요. 우리 108산사순례의 목적은 우리 회원모두가 진리의 문을 하나씩 열어나가는 데에 있습니다. 또한 선근(善根)을 심기 위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보원사지와 백제의 미소가 서려있는 서산마애석불에 갈 것입니다. 스님이 108산사순례에 와서 시간이 나면 가까운 다른 지역에 있는 절을 가는 것도 부처님께서 복을 베풀기 위해 가난한 집 부잣집을 가리지 않고 걸식을 했던 것처럼 여러분들에게도 복을 베풀 기회를 주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보시와 공양을 올리고 기와보시를 하는 것은 곧 선근을 심는 일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언제가 무량한 복덕을 얻을 것입니다.”

이어 금강스님, 마가스님 무애스님이 간단한 환영의 인사 말씀을 전했으며 이완섭 서산 시장은 “서산의 자랑인 개심사에 108산사순례회원들이 기도하러 오신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개심사 순례를 마친 뒤 보원사지 복원현장에 들러 기도를 했다. 이곳은 삼국시대 이후 불교의 중심지였음을 알리는 중요한 절터로서 오층석탑과 커다란 석조, 고려시대 초 사찰을 중창한 법인국사의 부도와 비석 등 천 년의 유물들이 세월의 흔적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스님가수인 서광사 주지 도신스님이 우리회원들에게 음성공양을 들려주는 즐거운 시간도 함께 가진 뒤 ‘백제의 미소’로 알려져 있는 서산 마애석불전에 들러 기도의 시간도 아울러 가졌다. 참으로 바빴지만 행복했던 이번 순례였다.

법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회원들은 농촌사랑 직거래장터에 들러 특산물들을 샀다. 또한 다문화가정 인연맺기와 초코파이보시,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수여, 효행상 시상, 108약사여래 보시금 전달 등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마지막 날 주지 동덕스님은 북녘동포돕기 300석 공양미 모음에 40kg, 19가마를 보시해 주셔서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