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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53기도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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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전남 순천 조계산 송광사 (삼보사찰/선주비구)
108산사 조회수:272
2017-02-20 11:47:11
‘선묵혜자 스님과 마음으로 53선지식을 찾아가는 53기도도량’ 제4차 순례가 지난 6월 10일과 11일 양일간 전남 순천시 조계산 송광사에서 3천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여법하게 봉행됐다.

이른 새벽, 전국 각 법등에서 출발한 회원들은 선재동자가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문수보살님의 가르침을 받고 세 번째 선지식인 선주비구를 찾아가는 마음으로 승보사찰인 송광사를 찾았다.

송광사 주차장에 내리자, 6월의 신선한 푸른 바람이 땀에 젖은 옷자락을 스쳐 지나갔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는 귀와 마음을 적시고, 어느새 회원들의 몸은 적멸의 피안 속을 걷고 있었다. 아, ‘53기도도량 선지식 순례’가 아니고서야 어찌, 이 싱그러운 공기를 맡고 청아한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을 수 있으랴.

회원들은 아침예불을 마치고 내려오는 송광사 불자들과 합장하며 인사를 나눴다. 그들은 수천 명의 기도객들이 한 번에 송광사를 찾는 광경을 보고 몹시 놀라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아마, 이렇게 많은 순례단이 절을 찾는 모습도 그들에겐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승보사찰 조계산 송광사는 우리나라 3대 사찰로 손꼽힌다. 신라 말기 때 승려 혜린이 절을 찾다, 이곳에 절을 짓고 산 이름을 송광이라 하고, 그 이름을 길상(吉祥)이라고 했다. 몇 차례 중창을 거쳐 명종(1197) 때 보조국사 지눌이 정혜사를 이곳으로 옮겨와 수선사(修禪社)라 칭하고, 도(道)와 선(禪)을 닦기 시작하면서 대찰로 변모, 송광산을 조계산으로 명명하고 마침내 조계종의 중흥도량이 되었다.

당시 조계종은 신라 때 구산선문(九山禪門)의 총칭으로 보조국사 법맥을 진각국사가 이어 받은 후, 약180여 년 동안 16명의 국사를 배출, 승보사찰의 지위를 굳혔다. 경내에 16국사 진영을 봉안한 국사전(國師殿)이 따로 조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근대에는 1948년 여수·순천사건과 한국전쟁으로 사찰의 중심부가 불탔는데, 취봉(翠峰)·금당(錦堂)의 노력으로 대웅전과 전각들을 복구됐다. 그 후에도 30여 동의 전각과 건물을 짓고 중수, 오늘과 같은 승보사찰의 모습을 갖추었다.송광사는 가장 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는 사찰이다. 목조삼존불감(국보 제42호), 고려고종제서(국보 제43호), 국사전(국보 제56호) 이 있고, 추사 김정희의 서첩(書帖), 영조의 어필(御筆), 흥선대원군의 난초 족자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조계산 송광사의 장엄한 일주문 앞에 닿자, 주지 진화스님과 대중들이 마중 나왔다. 53기도도량 순례 회원들은 두 손 모아 합장했다. 선묵혜자 스님과 송광사 주지 진화스님이 룸비니에서 이운해 온 ‘평화의 불’과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고 경내로 들어서자, 전각을 끼고 흐르는 시원한 개울물이 천년의 아름다움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했다. 회원들은 절경에 넋이 빠진 듯, 연신 사진을 찍었다.

회원들은 각자 대웅전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기도정근, 축원, 사경 등을 하면 순례기도를 했다. 108배 참회기도를 하는 동안 가야산의 바람이 옷자락을 스쳐지나 갔다. 그리고 안심법문이 이어졌다.

“오늘 우리는 53도량 송광사에 와서 선재동자가 법을 구하는 마음으로 선주비구의 법문을 듣고자 합니다. 절로 오는 마음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성찰의 마음입니다. 이를 두고 불가에서는 진여(眞如)라고 합니다. 이제 곧 무더운 여름이 시작됩니다. 여러분이 기도를 하면서 느끼는 참회는 나를 한층 더 성장시키는 과정입니다. 나를 절망하게 하는 것도 나이고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도 나입니다. 이젠 모든 괴로움과 절망을 부처님께 맡기세요.”

안심법문이 끝나고 《화엄경》의 ‘입법계품’에서 선주비구의 가르침을 받았다. 선재동자는 선주비구에게 불법을 어떻게 닦아야 불법을 버리지 않고도 부처님의 세계를 깨끗하게 장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묻게 된다. 이에 대해 선주비구는 ‘가고 오고 그칠 때에 순리에 맞게 사유하고 이를 닦고 배워 관찰하여 ‘무애해탈문(无涯解脫門)’을 성취하였다고 밝힌다.

‘무애’란 곧 가고 옴에 있어 걸림 없는 행을 말한다. 즉 선주비구 자신은 일체중생들의 마음과 행을 아는데 있어 전혀 걸림이 없고, 또한 일체중생들의 생몰·숙명·미래겁의 생사·현재겁의 생사·언어와 음성, 종간의 차별·소유와 의문 등을 아는데 전혀 걸림이 없는 ‘구경무애’를 깨달았다고 밝힌다. 사람이 자신의 일생에 허물이 없다면 무엇을 하든지 간에 걸림이 없다. 사람은 허물이 있으면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없다. 큰일을 하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마음을 먼저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이치와 같다.

그렇게 하려면 바로 가고 오나 그칠 때나 행할 때나 마치 자연의 순리에 따라 가듯, 세상사에 순응하면서 깊이 생각하고 관찰하여서 행동하라는 것이 바로 선주비구의 가르침이다. 즉 그러한 마음으로 수행하여 ‘구경무애’의 경지를 깨달으라는 것이다. 불교에서 구경이란 말은 곧 깨달음이다.

선주비구는 ‘무애해탈문’을 통해 지혜의 광명을 얻었기에, 모든 일체중생들의 마음과 행동을 이미 걸림 없이 알게 되었음을 선재비구에게 일러 주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수행자가 ‘구경무애’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바른 수행방법과 계를 지켜야 함을 선재동자에게 가르쳐준 것이다. 회원들은 송광사에서 이와 같은 선주비구의 가르침을 배웠다. 기도를 마친 뒤 회주 선묵혜자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오늘 송광사에 53기도도량 순례를 왔습니다.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받고 선지식을 친견하기 위해 멀고 먼 구도의 길을 떠났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순례도 선재동자와 똑같은 마음이어야 합니다. 2월부터 시작된 순례는 입재 사찰인 108보궁 도안사와 불보사찰인 통도사, 법보사찰인 해인사, 그리고 승보사찰인 송광사에 왔습니다. 우리가 불법승 삼보사찰을 먼저 찾은 것은 부처님께 귀의하고, 부처님의 법에 귀의하고 스님들께 귀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직도 49곳의 사찰을 더 순례해야 하고, 49분의 선지식의 가르침을 더 받아야 합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가피는 그냥 오는 게 아닙니다. 간절한 원력과 치열한 수행 그리고 기도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 다함께 선재동자의 마음으로 남은 순례를 힘차게 합시다.”

법문을 마치자 회원들은 모두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다. 그렇다. 이 구도의 길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53기도도량 순례도 군장병에게 초코파이 보내기와 지역 청소년 장학금 전달, 지역농특산물 구입 등의 자비행을 펼친다.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조계산에 걸쳐진 일심광명 무지개가 초여름 하늘을 장엄하게 수놓았다. 진정 불보살님의 가피였다. 우리 모두에게 행복한 하루였기에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도 한없이 가벼웠고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