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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하도겸 칼럼]평화의 등불, 네팔 룸비니에서 한국으로
108산사 조회수:757
2013-06-06 11:46:29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히말라야 이야기’ <4>

한국에 사는 네팔인들을 보살피는 주한 네팔인 협회장이며 네팔관광청 한국사무소장을 겸하고 있는 K P 시토울라(45)는 요즘도 매우 바쁘다. 작년 대학로 서울대병원 부근에 개설한 네팔문화원 격인 ‘네팔 하우스’를 만들고 네팔인들을 위한 쉼터까지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대사관들은 모두 자국문화를 소개하고 관광을 유도하기 위해 문화원이나 관광청을 개설하고 있다. 하지만 네팔은 예산이 부족해 대사관에서 제대로 사업을 진행할 여력이 없다. 한국에 근무하는 네팔인인 시토울라가 개인재산을 털어 네팔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삼청동 본점에 이어서 인도 네팔요리를 하는 옴 레스토랑 광화문점을 연 것도 한국 내 네팔인을 돕기에 벅차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9년 서울시 명예시민이 된 그는 작년 3월 11일 조계사 옆 불교역사문화기념관 대강당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처님은 네팔에서 태어나셨다’ 시사회를 직접 열기도 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알아온 상식인 ‘부처님이 천축국 즉 북인도에서 태어난 것’이 아닌 네팔 남부 테라이 지방의 룸비니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부처님이 태어난 네팔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한국인들을 포함해 세계에다 왜곡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설명을 영화로 보여준 것이다.

기원전 623년 사카족의 왕비인 마야부인은 무우수(無憂樹) 나무 아래에서 석가모니부처님 즉 고타마 싯다르타를 출산했다. 한때 인도 마가다 왕국의 아소카 왕에 의해 불교성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1895년 독일 고고학자인 포이러에 의해 세상에 다시 알려지기까지는 폐허로 방치된 곳이기도 하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곳 룸비니에는 1995년 착공돼 18년 만인 내년에 완공을 앞둔 우리의 절 대성석가사가 있다.

얼마 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KBS 1TV가 방송한 특집 다큐멘터리 ‘룸비니의 부처들’은 룸비니에서 절을 짓는 불사와 함께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는 ‘인간 법신 스님’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전했다. 룸비니를 찾는 삶의 여행자에게는 꼭 찾아봐야 할 명물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법신 스님이 만들고 있는 대성석가사로서 무료숙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유료화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또 하나는 부처의 자비를 상징하며 타오르고 있는 성스러운 ‘평화의 불’이다. 이 불은 1986년 11월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네팔의 가넨루러 비터 왕세자가 히말라야 산 기슭에서 3000여 년 동안 꺼지지 않고 있던 불을 채화했다. 게다가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 지금도 활활 타오르고 있는 평화를 상징하는 불씨를 가져와 합쳐서 룸비니 평화공원 제단에 점화했다.

지난 4월 18일 불교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 순례기도회’ 회주이며 서울 도선사 주지 선묵혜자 스님에 의해 이 불이 채화됐다. 남북통일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며 부처님의 탄생지 룸비니 동산에서 채화한 평화의 불이 네팔의 무글링과 나랑가드 등 주요 도시를 거쳐 티베트로 이동했다. 티베트의 라싸까지 온 이 불씨는 찡짱열차로 거얼무까지 이동, 다시 승합차로 둔황을 거쳐 중국 난주 보은사, 천수 길상사, 시안 법문사, 그리고 용문석굴과 선종의 발상지 소림사 참배를 마친 후 정주로 옮겨져 야간열차로 청도로 이동한다.

청도에서 선박을 이용, 서해를 통해 인천국제여객터미널로 이운됐다. 특히, 4월 29일에는 부처님 손가락뼈 사리가 안치된 중국 서안의 법문사에서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한편으로 4월 20일 중국 쓰촨성에서는 일어난 대규모 지진으로 희생된 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식도 한중 양국 합동으로 불교 의식으로 봉행하기도 했다.

5월 2일 정전 60주년 기념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이운된 이 불씨는 임진각에서 점화식을 하고 5월 10일부터 도선사에서 활활 불타고 있다. 이 행사를 주관한 선묵혜자 스님은 이 불씨를 가져온 것은 “바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 우리 사회와 국가 나아가 전 세계에 평화의 마음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화의 불은 도선사에 영구 보존될 예정이다. 지난 80회 순례가 이뤄진 5월 23일 강원도 영월 보덕사에서 ‘평화의 불’을 나누는 첫 분등행사가 진행되기도 됐다. ‘평화의 불’을 모시고 전국을 순회한 다음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도 영구히 밝히고 싶다는 스님의 서원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선묵혜자 스님은 108산사 순례회 회원들과 함께 이미 2008년 5월에 인도 쿠시나가르에 있는 대열반사에 갔다가 봉양 받았던 부처님의 진신사리 8과 가운데 3과를 네팔의 룸비니 동산의 탄생불안에 모신 바 있다. 또 룸비니 인근 마듀버니 마을에서 ‘108선혜 초등학교’ 현판식을 하기도 했다. 2550년 만에 진신사리의 이운을 통해 이뤄진 ‘부처님의 귀향(歸鄕)’으로 네팔의 탄생지 룸비니는 크게 기뻐했을 것이다. 지난 4월 2일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국보 제21호)의 2층 옥개석을 석재 균열 등의 문제로 1966년 이후 47년 만에 해체했다. 이날 문화재청이 사리를 공개하겠다는 발표를 하자 갑자기 우박을 동반한 천둥, 벼락 등이 쏟아지면서 신도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곳에 참가했던 한 스님은 ‘삼국유사’ 단군신화에 나오는 풍사와 우사, 운사도 이 자리에 함께하면서 환희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현재 불국사 주지 성타스님은 사리장엄구에서 나온 48과의 진신사리가 대웅전에서 열린 친견법회를 통해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다만, 48과의 사리는 47년 전에 넣은 그대로의 숫자다. 보통 진신사리는 증식하게 마련인데 1966년 도굴사건 이후 재봉안한 주색 사리병 사리함 등 상태가 예상보다 좋지 않은 까닭인지 숫자의 변화가 없어 아쉽다. 진신사리가 2550년 만의 모셔진 룸비니에 출현한 오색 무지개도 석가탑의 천둥벼락과 같은 의미의 기이하고도 상서로운 일인 듯하다.

‘평화의 불’을 옮겨온 108산사 순례회는 매달 7000여 명이나 되는 회원들이 단체로 버스를 타고 전국 사찰을 순례하는 불교단체로 유명하다. 단순히 성지순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순례하는 지역 사찰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참나’를 찾아가기 위해 순례길을 나서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모임이 벌써 5년이 흘렀다고 한다. 농·특산물 직거래, 다문화 가정 108인연 맺어 고향 보내기, 장병 간식 나눔, 농촌사랑 봉사활동, 장학금 시상 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5월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계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도선사의 공정무역 지지의사를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부원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 이사장, 2000년 영국 랭커셔주 가스탕 지역을 세계최초로 공정무역마을로 만든 공정무역마을운동의 창시자 브루스 크라우더 등이 참석한 이 행사에 함께한 선묵혜자 스님의 선행과 부처님이 태어난 나라 네팔, 티베트 등과의 향기로운 인연에 불교계가 고마워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dogyeom.h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