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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山寺 기도회가 직거래 장터… “싸고 신선” 완판 행진
108산사 조회수:544
2015-10-19 11:47:50
山寺 기도회가 직거래 장터… “싸고 신선” 완판 행진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 순례
괴산 각연사에서 107번째 행사


‘세속의 고단함을 지나 극락정토 길이 저리 빛날까.
세상 끊긴 인연 저승길이 저리도 맑을까.
넘고처진 많은 욕심 하릴없이 꿰고 살다
이제사 자밤자밤 피안길을 가는구나.’
-박병화(각연사 가는 길)

고속도로에서 국도로, 다시 마을 길에서 산길로.
길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지만,
각연사(覺淵寺)로 향하는 길은
시에 나온 글귀처럼 세속의 고단함을
하나씩 떨쳐 내는 가벼운 길이었다.

지난 9월 17일 충북 괴산군 칠성면 각연길. 승용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법한 좁은 계곡 길을 따라 1500년 고찰 각연사에 당도했다. 보배산, 칠보산, 덕가산에 둘러싸인 조그마한 분지에 자리잡은 각연사는 고찰(古刹)답게 무척 고즈넉한 곳이었다. 각연사는 신라 법흥왕(515년) 때 유일화상이 창건했다고 한다. 조계종 제5교구 본사 법주사의 말사로 돼 있다.

이런 고즈넉한 곳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진 것은 바로 선묵 혜자 스님의 108산사 순례 행사 때문이다. 이날 열린 107회차 기도회에 사찰 창건 이래 가장 많은 중생이 몰려들었다. 17일에만 2000여 명이 운집했다. 기도회가 열린 대웅전 도량(앞마당)은 물론, 뒤뜰 할 것 없이 순례에 참여한 보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기도회 중간에는 다문화 가정과 인연 맺어주기 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칠성면으로 시집온 다문화 가족과 신도들과의 새로운 인연을 맺는 행사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시집온 이태옥(44) 씨는 서울에 사는 유순이(55) 씨를,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시집온 김영남(48) 씨는 역시 서울에 사는 이윤란(61) 씨를 각각 언니로 얻게 됐다. 선묵 혜자 스님의 108산사 순례 행사를 통해 맺어지는 204번째, 205번째 인연이다. 어릴 적 대구 시내에서 자라 한 번도 농사를 지어본 적 없다는 유 씨는 “막내 동생을 한 명 얻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농사일도 도와주고 해야 할 텐데 경험이 없어 우짜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이태옥 씨는 “아이고, 언니에게 일을 시켜야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날 다문화 가정은 중국 동포들이라 한국말이 익숙해서 의사소통이 잘 됐다. 이미 안국사와 부석사에서 각각 캄보디아, 베트남 출신의 딸을 새로 맞게 된 김정금(60) 씨는 사과농사를 짓는 캄보디아 출신 딸을 위해 사과 50박스를 사서 주위에 팔아 주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이날 기도회가 열린 사찰 입구 바로 밑에는 직거래 장터가 마련됐다. 농촌사랑 홍보대사인 선묵 혜자 스님이 9년 전부터 기획한 행사다. 기도회가 열리는 농·어·산촌에 위치한 마을의 특산물들을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구매해 농촌을 도와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날 칠성면 주민들은 이곳 군자농협의 주선으로 각종 특산물을 들고 나왔다. 고추와 옥수수, 더덕, 도라지, 된장, 고추장, 초석잠, 청국장 등 종류도 다양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보살들이 주로 60대 여성들이어서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듯 이곳에서 물건을 구매했다. 안양에서 온 김인화 씨는 “고추 10근에 10만 원인데 서울보다 훨씬 싸고 빛깔도 곱다”면서 “특히 꼭지를 따내서 포장했기 때문에 한 근 정도는 더 이득을 봤다”고 말했다. 고추를 팔러 나온 마을 주민 김이진(64) 씨는 “오늘 200근 가지고 나왔는데, 부피가 크지 않았더라면 더 잘 팔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덕과 도라지는 단연 인기였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로 시작하는 도라지 타령을 부르며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도회가 끝나자 선묵 혜자 스님이 직접 내려와 특산물을 팔고, 본인이 사과와 간장, 된장 등을 직접 구매하기도 했다. 선묵 혜자 스님은 “도회지 사는 보살들이 산사 기도회에 와서 신토불이 농산물도 사주고 농민들에게 기쁨도 주는 도농상생의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괴산 = 글·사진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