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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있는 자질 갖추는 것이 우선
108산사 조회수:1053
2013-10-22 11:46:11
쓸모없이 늘어놓는 한마디의 말보다 들으면 마음이 가라앉는 진정한 한마디의 말이 훨씬 뛰어난 말이다. -법구경-

부처님이 라자가하의 죽림정사에 있을 때였다. 때늦은 어느 오후 공양을 위해 식당에 비구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날의 화제는 전쟁과 정치이야기였다가 나중에는 재물과 도둑질에 관한 것으로 바꾸어졌다.

급기야는 일과 가사(袈裟)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마침내는 남녀의 사랑이야기로 번져 갔다. 무려 서너 시간이 지나도록 잡담은 그칠 줄을 몰랐다. 이때 부처님은 식당 건너편에 있는 나무 아래서 조용히 명상을 하고 있었다. 부처님은 비구들의 잡담이 그칠 줄을 모르자 그들 곁으로 가서 말을 했다.

“그대들은 지금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나누고 있는가?”

비구들은 부처님께 그동안 나눈 이야기를 자세하게 아뢰었다. 그러자 부처님은 비구들을 나무라지 않고 조용하고 진지하게 타일렀다.

“수행하는 사람들이 어찌 그런 일에 시간을 허비하는가.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서로가 나눈다고 해도 바른 이치를 깨닫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열반이란 그런 잡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언제나 진리를 깨닫고 열반에 이르는데 도움이 되는 법담(法談)을 나누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좋다.”

부처님의 이야기를 들은 비구들은 각자의 처소로 돌아갔다.

이 이야기는 잡아함 <논설경>에 있는 부처님의 설법이다. 말이란 그 사람이 가진 생각과 사상에 옷을 입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말을 들어보면 우리는 그 사람의 사상의 깊고 얕음을 쉽게 예견할 수 있다. 대개 천박한 사람은 쓸모없는 말들을 늘어놓기 일쑤이며 생각이 깊은 사람은 단 한마디를 해도 그 경우가 깊고 밝다.

우리는 쓸모없는 말을 두고 ‘알맹이가 없는 말, 혹은 진실이 결여된 말’이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진실로 쓸모없는 말이란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의 화두를 두지 않고 생각없이 무심코 꺼내는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내뱉는 위트나 유머 등이 결코 쓸데없는 말은 아니다.

그것도 자신의 생각을 담아 남에게 어떤 진실을 던져 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좋은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의 가치는 대개 ‘진실이 있느냐 없느냐’에 둔다.

왜냐하면 진실이란 우리가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실한 사람은 결코 해야 할 말만을 하고 절대로 잡다한 수다를 떨지 않는다. 말은 자신의 권위를 세우게 하지만 때로는 깊은 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사람들은 자신이 해야 할 말들을 극도로 아끼고 쓸데없는 말들은 삼간다.

말을 잘한다는 것을 말을 잘 꾸민다는 것이 아니라 적시 적소에 필요한 말, 남에게 위안을 던져 줄 수 있는 말, 오래 오래 가슴에 남는 말을 할 수 있는 스스로의 자질을 갖추는 것이 먼저다. 그러므로 사람은 말을 함에 있어 먼저 남에게 해야 할 적절한 말인지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고담준령(古談峻嶺)같은 말을 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