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명

53기도도량순례

Home > etc > 53기도도량순례

게시글 검색
순례 나서는 순간부터 부처님 자비 되새겨야
108산사 조회수:599
2013-02-04 11:46:33
은사(隱士)의 집에 가을이 깊었네
새로운 시는 낙엽에다 쓰고
저녁 찬에는 울타리 꽃을 줍네
나뭇잎 떨어지자 산봉우리는 여의고
이끼가 깊어 외로운 길이 머네
도서를 책상위에 쌓아 두고는
눈감고 아침노을을 마주 대하네

한 여름의 폭염이 누그러지고 새삼 시 한 편이 그리워지는 가을저녁, 매월당 김시습의 시를 읽으면 그가 보낸 세월의 무상함과 절절한 인간의 고뇌를 엿보는 것 같아 마음이 시리다. 그가 입신양면의 출세를 버리고 은사의 길인 출가를 감행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지도 모른다. 부도에 서린 세월의 이끼가 짙고 깊듯 그의 외로운 삶이 이 속에 담겨 있다.

지난 9월 49차 108산사순례는 부여 무량사였다. 이곳은 매월당 김시습이 삭발염의를 하고 출가를 하여 말년을 거처(居處)로 삼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는 조선 초기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서 수양대군이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에 올랐다는 찬탈소식을 듣고 비감한 심정을 다스리다가 결국 스님이 되어 유랑 끝에 무량사에 머물러 수행을 하며 절을 중수했다. 매월당이 은둔을 하며 스님으로서 은사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무량사 터에 남은 부도에는 ‘홍치계축(弘治癸丑) 봄에 무량사에서 입적을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매월당은 말년을 철저한 수행자의 삶을 살았다.

무량사는 넓은 마당을 두고 극락전과 석탑, 석등이 일자로 줄지어 서 있는 백제의 천년고찰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보물은 아미타 부처님이 계신 극락전이다. 하늘 천창을 향한 웅장한 부처님의 형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시름이 다 달아난다.

석탑은 보물 186호이다. 백제의 양식을 그대로 살린 고려탑인데 낮은 아래기단 위에 놓인 2층 기단은 우주와 하나의 탱주가 만들어져 있고 갑석의 끝은 약간 들려 무거운 느낌을 덜어, 안정감이 있고 세련되어 있다. 보물 233호인 석등은 상대석과 하대석에 연꽃이 조각되어 있는데 삼국시대의 석등 형태를 이어받은 고려초기의 작품이다. 이렇듯 만수산 무량사는 백제의 천년고찰의 혼과 매월당의 선비정신이 그대로 녹아 있는 곳이어서 순례를 하는 회원들은 매우 즐거웠다.

화창한 날씨 속 108참회 중 어디선가 한 마리 새의 울음소리가 귀가에 들렸다. 귀를 맑게 틔우는 듯한 새의 곡조.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백제의 미(美)를 그대로 품고 있는 극락전에 마치 한 마리의 극락조가 숨어 사는 것 같았다. 천상의 새를 연상시키는 극락조는 풍조라고도 하는데 전설속의 새가 아니라 실제로 동남아시아 정글에 사는 이 새는 그 이름만큼이나 아름답다. 나는 이 새가 극락전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날 법회 중 회원들에게 한 몇 가지의 법문이 있다. 첫째, 우리가 회향하고 있는 108산사순례 회원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며 둘째, 지금 이 자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시간이며 셋째, 우리가 지금하고 있는 모든 일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일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이 같은 생각들을 가지게 되면, 그 어떤 세상일도 다툴 일도 화낼 일도 없다. 비록, 집에서는 화나는 일이 있고 짜증나는 일이 있더라도 중생의 마음을 버리기 위해 절에 왔기 때문에 모두 부처님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한 달에 한 번씩 산사순례에 나서는 목적이다.

이 세상에는 참으로 생활이 어렵고 병든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위해 돕고 살피는 일은 부처님의 뜻이기도 하다. 108산사순례를 나서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부처이기 때문에 널리 중생을 이롭게 하고 베풀어야 한다. 우리가 농촌사랑을 하고 소녀소년가정을 돕고 약사여래부처님의 뜻에 따라 아픈 이를 치료하는 것, 다문화가정인연을 만드는 일도 모두 이 때문이다. 이렇듯 한 생각이 부처를 만들고 중생을 만든다.

【108산사순례기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