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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기도도량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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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행복한 삶의 방법 배운다
108산사 조회수:719
2013-02-04 11:47:18
‘108산사순례’를 하다보면, 사찰을 아름답고 그윽하게 만드는 천년의 오래된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그 나무들은 현대인이 찌든 생활 속에서 맛볼 수 없는 자연의 향기와 휴식을 제공해 준다. 영국사 은행나무와 보문사 느티나무, 용문사의 천년 묵은 은행나무들이 대표적이다. 이 나무들은 거짓 없이 봄·여름·가을·겨울 자기 빛깔의 옷을 입고 벗으며, 인간에게 자연의 말씀들을 어김없이 전해주고 있다.

세상사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이 풍요롭게 오래 살려면 누구든지 천년의 나무들이 세월을 이기며 사는 법을 배우고 닮아야 한다. 세월이 깊은 나무는 뿌리와 몸집이 웅장하지만 오히려 가지와 잎들은 간결하다. 원래, 잎과 가지는 햇빛을 받아 광합성 작용을 하여 몸을 키우고 뿌리를 내리는데 중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연륜 깊은 나무는 잎과 가지를 버리게 되고 몸집은 반대로 성장하게 되어 웅장하다. 그 나무들은 버리면서 더욱 크게 자라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나무의 잎과 가지를 인간의 탐·진·치 삼독(三毒)에 비유한다면, 사람은 마음에 든 삼독을 버리면서부터 인성(人性)이 올바르게 되고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된다. 즉, 버리면서 자신의 내면을 참되게 키우는 것이 인간의 바른길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어려운 이웃과 사회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행복하다. 이러한 이치를 나무는 인간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명정신’이다.

큰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가지치기를 잘해야만 한다. 내 몸의 나쁜 것을 버려야만 비로소 큰사람이 된다는 이치와도 같다. 원래 깨달음에는 많은 생각을 근거로 하지 않는다. 이는 깊은 생각에서 우러나오는 밝은 미래를 깨달았을 때 비로소 큰 사람이 된다는 것과 같다. 한 몸에 너무 많은 것을 달지 말라. 명예와 재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목숨을 재촉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검소하게 진실하게 사는 것만이 올바른 삶의 길이다.

인간이 훼손하지 않는 한 세월이 흐를수록, 자연은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고자 하는 스스로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풀 한포기 나 있지 않은 원시의 땅은 초본류에서 관목군락이 되고 양수림에서 음수림으로 바뀌는 천이(遷移)적 힘을 가지고 있다. 이를 훼손하게 되면 자연은 위협을 받게 되고 결국 인간에게 큰 재앙을 내린다.

최근에 일어난 우면산 수해(水害)의 원인도 자연을 무분별하게 훼손하여 개발한 것에 있다. 자연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초자연적 힘을 스스로 가지고 있어 반드시 받은 것을 되돌려 준다. 이 자연의 힘을 인간은 함부로 무시하거나 제대로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인간은 오직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숲을 없애고 산을 무너뜨리고 나무를 베어내고 힘없는 생명들을 죽인다.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를 통해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초자연적 힘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 한 예다. 그런 자연을 우리는 얼마나 훼손하고 살았는가를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그동안 많은 사찰을 순례하면서 수많은 숲과 나무들을 보았다. 비바람과 폭풍 속에서도 나무는 그냥 그대로 천년을 견뎌내면서 자란다. 누가 칼로 제 몸에 생채기를 내어도, 가지를 부러뜨려도 아픈 기색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 보면 나무도 제 몸의 아픔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목피를 벗기면 빨간색의 진물이 흘러나온다. 나무의 목피는 인간의 피부와 똑같다. 말을 하지 못하고 듣지 못해도, 나무들은 아픔을 인내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알게 모르게 삶의 격류와 깨부수기 힘든 바위산 같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삶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류(同類)의 마음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가진 것을 버리는 나무처럼 인간도 자신이 가진 욕망과 재물을 버리면서 사는 마음자세가 더욱 중요하다.

【108산사순례기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