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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기도도량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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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통해 자연이 지닌 불성 확인
108산사 조회수:756
2013-02-04 11:48:04
지난 주 우리나라에 두 차례의 강한 태풍이 지나간 뒤 날씨가 아주 선선해졌다. 그토록 기다린 가을이 우리 곁을 찾아온 것이다. 산가(山家)에는 어느새 코스모스, 익모초, 단풍취 등 많은 꽃들과 아름모를 풀꽃들이 산객(山客)들을 화사한 미소로서 마주대하는 듯하다. 하지만 산의 주인은 풀꽃이며 사람은 한갓 객일 뿐, 함부로 산꽃들을 훼손하거나 꺾어서도 안 된다. 이렇듯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사계는 저들만의 색깔을 어김없이 뽐내며 자신들이 할 일을 다 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 어떤 것도 이 대자연의 법칙을 거슬리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대자연이 품어 내는 그 생명의 신비 속에 그저 숨을 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불가에서는 이 생명의 신비를 두고 ‘불성(佛性)’이라는 말로 대신한다. 그래서 부처님은 유정(有情)이던 무정(無情)이던 이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불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던 것이다. 인간이 이러한 대자연의 신비를 경험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108산사순례는 이러한 대자연이 지닌 불성을 눈으로 마음으로 체감하는 긴 시간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심에서는 사계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기란 결코 쉽지 않다. 산사순례를 하다보면 우리는 계절이 오고 감을 직접 체감한다. 봄이면 신비한 생명의 씨앗이 고개를 들고 여름이면 풍성한 녹음이 지천이고 가을이면 오색단풍이, 겨울이면 하얀 눈 속에 잠긴 아름다운 산하대지를 만날 수 있는 것과 같이 이렇듯 순례를 하면서 사계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도 108산사순례에서 얻는 귀한 복인 것이다.

우리 회원들은 방방곡곡에 있는 많은 고찰들을 순례하면서 이러한 대자연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풍광(風光)들을 가슴으로 느꼈을 것이다.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사찰들의 이름과 그 속에 담긴 역사의 흔적들을 더듬어가는 것도 참으로 좋은 일이다. 고찰 속에는 정녕 말할 수 없는 한 시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잠겨 있기 때문이다. 곧 사찰의 역사가 우리나라의 역사인 셈이다. 그러므로 108산사순례는 단순한 사찰여행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찬란했던 불교역사를 눈으로 보고 공부하는 계기가 되며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선망부모와 자신이 지은 업을 참회하고 공덕을 쌓게 하는 과정이다. 이 모든 것이 산사순례로 얻어지는 소중한 체험들이다.

지난 달 순례 길에 한 보살님은 나에게 합장을 하며 문득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하였다. 나는 그 보살님이 내게 건네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는 “그래요. 앞으로도 열심히 해요”라고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아마 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고맙습니다’라는 말일 것이다. 그 속에는 부처님의 자비심이 온전히 녹아 있다.

그 보살님이 던진 “고맙습니다”라는 말씀은 내게 한 말이 아니라 자신에게 던진 말씀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부처님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바르게 인도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에게 언제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부처님처럼 자비심이 가득한 사람이다. 몸속에 이기심과 아만으로 가득한 사람은 이런 말을 잘하지 못한다.

나는 108산사순례를 다니면서 우리 불자들이 마음속에 “고맙습니다.”라는 이 한마디를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었으면 한다. 성불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대자연이 빚어내는 풀꽃하나, 공기하나, 나뭇잎 하나 우리 모두가 그것에 진정으로 큰 고마움을 느낀다면 이미 그 분은 성불한 사람이다. 성불은 곧 내가 아닌 남에게 아낌없이 베풀 때 더욱 더 다가온다.

우리가 108산사순례를 다니면서 한 알 한 알 108염주를 엮어 나가는 것도 어쩌면,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마음속에 쌓아가는 한 과정이다. 진실로 남을 위하고 나를 위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가 바로 그것이며 곧 성불인 것이다.

【108산사순례기도란?】